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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유의수필

26-장전리 이끼계곡을 담다 장전리 이끼계곡을 담다 정 규 새벽 3시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기상하는지라 몸이 무거웠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기에 곧장 일어나 욕실로 향한다. 그저께 저녁에 많은 비가 내렸다는 국유림 직원과의 전화 통화는 장전리 이끼계곡에 수량이 많을 것 같은 예감에 이끼 계류 사진을 찍으러 가기 위해서다. 사진을 좋아하는 지인들이 다들 바쁜 관계로 혼자서 갔다 와야 하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신속하게 일어나 준비하는 내 모습이 대견스럽다. 차에 올라 내비게이션으로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장전리를 찍으니 112km로 예상도착 시간이 오전 5시다. 동트기 전 이른 시각이라 깊은 산속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전국에서 사진가들이 많이 왔을 것 같은.. 더보기
25-결혼 30주년 결혼 30주년 벌써 결혼 30주년을 맞이한다. 우리 부부는 스물세 살에 만나서 스물다섯에 결혼한 동갑내기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입대하여 6개월 군대 생활하고 바로 중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아 강원도 바닷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 담과 붙어 있는 관사에서 혼자 기거를 하게 되었는데, 일자형으로 되어 중앙에 부엌이 두 개가 있고 양 옆으로 방이 각각 두 칸씩 있는 블록으로 지은 볼품없는 관사였던 것 같다. 바로 옆에는 교장선생님과 교장선생님 어머니께서 살고 계셨는데 총각 선생이 혼자서 서툰 솜씨로 밥하고 빨래하며 사는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교장 선생님 어머니께서는 반찬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로 신경 써 주셨던 고마운 기억이 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새벽마다 곤히 자고 있는 나를 깨워 같이 조깅도 .. 더보기
24-오징어배와 사람들 오징어배와 사람들 정 규 늦은 밤 미시령 정상에 올라서면 속초시내 야경과 먼 바다에 불야성을 이루는 불빛을 보게 된다. 먼 바다 수평선을 따라 아름답게 수놓은 불빛의 정체가 궁금하였는데 알고 보니 오징어배가 불을 밝히고 한창 조업 중이라고 했다. 그때는 오징어배가 불을 켜고 조업을 하는지도 모르던 때라, 밤에 가끔 바다에 나가 보면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광경이 신비롭기만 했다. 지인이 결혼하고 처음 남편을 따라 미시령 고개를 넘을 때 멀리 보이는 불빛이 궁금하여 물어보니 일본 땅이라고 해서 깜빡 속았다는 말을 들으면서 어쩌면 속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전날밤 동해바다에 오징어배가 불야성을 이루면 분명 그 다음날 새벽 항구는 활기가 넘치고, 산 오징어 가격이 많이 싸진다는 것을 미루어.. 더보기